여행
남해, 봄을 끝까지 따라가는 길
사람보다 들꽃이 먼저 길을 안내하던 사흘








































서울에서 남해까지는 다섯 시간이 걸렸다. 그중 마지막 한 시간이 가장 길었다.
큰 길이 좁아지고, 좁은 길이 더 좁아지고, 결국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는 마을 안 길로 들어서면,
그제야 도착한 것이다.
5월의 남해, 마을 안 길은 차보다 자전거가 어울린다.

남해의 봄은 늦다. 4월의 벚꽃이 지고 한참 지나서야, 들꽃이 천천히 길가를 점령한다.
누가 일부러 심은 적도 없는 꽃들이, 돌담 틈과 폐가 마당과 묵은 밭의 가장자리에서 피어 있었다.
다랭이 마을은 이름 그대로 사람으로 가득했다. 그 옆 마을로 한 정거장 더 들어갔더니, 풍경은 비슷한데 사람이 없었다. 같은 바다, 같은 비탈, 같은 돌담. 사진이 잘 나오는 자리를 지나,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 자리에서 차를 세웠다.
누가 심지 않은 자리에 가장 무성히 핀다.

점심은 이름 없는 백반집에서 먹었다. 메뉴판이 따로 없고, 그날 가능한 반찬을 그대로 한 상에 차려 주었다.
도다리쑥국 한 그릇과 멸치쌈, 그리고 깻잎장아찌. 사장님은 한참 말이 없다가,
"쑥은 어제 캔 거예요" 한 마디만 했다.
저녁 무렵 미조항으로 내려갔다. 큰 항구의 식당가가 아니라, 그 뒤편의 골목. 어선이 막 들어오고 있었고,
항구는 저녁 빛으로 천천히 잠기고 있었다.
사진을 한 장 찍기에는 빛이 너무 빨리지나갔다.
미조항의 5월 저녁 일곱 시. 가장 천천히 어두워진다.

둘째 날은 운전을 거의 하지 않았다. 숙소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작은 해변까지 걸어 내려갔고, 거기서 두 시간 정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파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큰 파도가 한 번, 작은 파도가 일곱 번. 그 리듬을 한참 들었다.
남해를 떠나는 마지막 날 아침, 가천 다랭이 마을 위 전망대에서 바다를 한 번 더 봤다.
사람이 많아 오래 머물지 않았다. 대신 차를 돌려 어제 갔던 그 옆 마을의 돌담길로 다시 들어가,
거기서 한참 천천히 걸었다. 봄은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자리에서, 사람이 적은 쪽을 고르는 일.